Episode 11
아바타 오프(Avatar-off)
거대한 폭염 더미가 대기를 감싸고, 우주 경비대의 수많은 비행선들이 공중에서 분해된다. 블레어는 자신을 데려다준 드론에 몸을 싣고 화려한 폭죽이 터지는 베가스의 저택을 눈에 담았다.
‘이런 감각이 없네?’
아바타 주니토니 No.3의 몸체도 많이 상했다. 경련이 일던 왼쪽 팔은 어느새 떨어져 나갔는지 감각도 없다. 루카치의 목소리가 인이어폰을 통해 다시금 들려온다.
“블레어, 넌 등장은 차분한데 퇴장은 왜 그리 요란한 거야?”
“지금 나보고 뭐라 하는 거야?”
“그럴 리가! 대단한 불꽃놀이였어. 하긴 나의 로망 벤츠가 날아갔는데 다시 없을 장관이어야 하지.”
“베가스의 컬렉션 중에 모나리자 그림도 있었는데 알았어?”
“위작일 거야. 진품일리 없어.”
“우주에서 제일 가는 대부호가 가짜에 만족할까!”
“뭐야? 그럼 그것도 같이……? 아, 인류의 찬란한 유산이 참 덧없이 흘러가는구나!”
“그나저나 뭐해? 텔레포팅하지 않고?”
“아, 잠깐! 표적 좀 맞추고…….”
마치 미사일 발사하기 위해 적의 전투기를 레이더 표적에 가두듯이 루카치는 블레어를 텔레포트 표적기에 맞춘다. 순식간에 루카치의 기지로 순간 이동한 블레어, 노마가 지켜서 있다가 끌어안는다.
“블레어, 예쁘고 장한 것!”
주니토니 No.3, 곧 블레어는 자신의 본래 몸이 잠자고 있는 아바타 캡슐을 가리킨다.
“원래 나라면 저기 있는데?”
“그렇지, 숲속에 잠자는 공주님처럼…….”
노마는 감격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한다. 루카치가 흐뭇한 표정으로 주니토니의 귀를 쓰다듬는다.
“아주 만신창이가 되었구나! 잘했어, 블레어!”
“호홋……”
루카치는 금세 표정을 바꾸어 계산서 요구하는 점원 같은 표정으로,
“미니멀라이저는?”
“어휴, 내가 이것 때문에 큰일 치를 뻔 했단 말이지.”
푹신한 카펫바닥에 미니멀라이저를 우수수 떨어트리면 루카치가 황금덩이 대하듯 굽실거리고, 노마는 애교스런 표정으로,
“이미 큰일 치렀으면서 뭘!”
루카치는 미니멀라이저 하나하나 살피며 탄성을 터트린다.
“이렇게 많은 에테르 연료라니! 더없는 부자가 되었는 걸.”
“난 이제 본래 내 몸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루카치는 미니멀라이저에 정신 팔려 건성으로,
“아바타 오프 단추를 눌러.”
주니토니 No.3 상태 표시창에서 아바타 오프를 작동시키자 의식이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블레어는 캡슐을 열고 한숨 잘 잔 표정으로 나타난다.
“블레어!”
노마가 달려와 블레어를 와락 껴안는다.
“워우, 환영인사는 이미 충분히 받았다고!”
“흐흐, 블레어, 이 예쁘고 장한 것……”
루카치는 감정의 기복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처럼 금방 울상이다.
“악! 어디 있어? 블레어, MK엔진은?”
“중요한 건 이 안에 담아놨지.”
블레어는 주니토니 No.3의 품안에서 두 개의 미니멀라이저를 꺼내든다. MK-16엔진이 호박에 담긴 곤충처럼 미니멀라이저에 선명하게 내비친다.
“됐어. 중요한 걸 해냈군!”
루카치의 칭찬에 아랑곳 않고, 블레어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다른 미니멀라이저를 집어 든다.
“미니멀라이저는 어떻게 푸는 거야?”
“잠금 해제 한 후에 비밀번호 ‘1234’를 누르면 돼.”
“흥, 언제 비번까지 걸어놨데?”
“컴포짓(compose)하다 보면 일일이 말할 수 없는 게 많아.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었어.”
“이해해주지. 대신 담부터 귀띔이라도 해줘.”
“언제 그런 걸 다 말하겠어?”
“이래도?”
블레어가 손안에 미니멀라이즈를 잠금 해제하면 압축되었던 물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와~ 이……이건!”
고풍스런 벤츠차가 눈앞에 나타나며 루카치의 눈망울이 더없이 반짝인다.
“블레어, 더 이상 너 모르게 진행되는 일은 없을 거야.”
“호호, 아직 감탄하긴 일러.”
블레어는 본래 모습을 되찾은 벤츠 자동차 트렁크를 열었다. 월드컵 트로피와 모나리자 그림이 그 안에 담겨있다.
“자, 트로피는 노마를 위한 거야.”
월드컵 트로피를 받아들고 노마는 감격스런 표정으로,
“블레어, 도대체 이……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우승 퍼레이드를 열자고! 그리고 이 그림은 우리들을 위한 거야.”
블레어가 모나리자 그림을 꺼내들면 루카치와 노마는 한동안 넋 잃은 표정이다. 루카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조용히 뇌까리길,
“이걸 내다 팔면……”
“조용히 해! 모나리자는 우릴 위한 거야.”
블레어는 모나리자 그림을 내걸며 큰 목소릴 낸다.
“모나리자는 우리 공동의 자산이며, 연합과 우정을 상징해.”
Last upd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