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8
죽은 체하라
블레어는 숨죽인 채 모나리자 그림이 한쪽 벽면으로 쏠려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루카치 가슴에 기묘한 문양이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자세히 보였다.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걸로 괜찮아?”
“도망갈 수 없다면 죽은 척이라도 하는 거야.”
루카치의 속삭임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시 우주선 선체가 흔들렸다. 루카치는 침착한 표정으로 우주선의 계기판을 살펴본다. 놈들이 쏜 충격 공명파에 우주선 날개가 스친 듯하다.
“놈들이 눈치 챈 거 아니야?”
“괜찮아, 놈들도 당황해서 이곳저곳 찔러보고 있어.”
“노마 몸에 또 다른 위치추적기는 어떡하고?”
“슬립 스텔스는 모든 신호와 자기장을 차단해. 그 대신 우리도 꼼짝할 수 없게 되지.”
“모든 걸 차단한다며 왜 그렇게 속삭여?”
그리 보니 입술이 귀에 닿을 듯 말듯 블레어와 꼭 붙어서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자신을 의식하게 되었다. 루카치는 수줍게 블레어와 떨어지며 말문을 연다.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잖아?”
블레어가 들고 있는 수정구슬 안의 다이아몬드 발광체가 여전히 빨간색이다. 루카치는 양미간을 찌푸리며,
“가만? 노마한테 있을 때는 괜찮았어. 블레어! 네가 그걸 건드리니 왜 경고등이 켜지는 거지?”
루카치는 블레어의 손에 든 수정구슬을 빼앗아 자신이 손에 들었다. 수정구슬은 본래 하얀색으로 돌아온다. 루카치는 무릎을 탁 치며,
“노마가 아니라 너였어, 블레어!”
“나라고?”
“그래, 또 다른 위치추적기는 네 몸속에 있는 거야.”
“아니, 그런…….”
“혹시 뭔가 잡히는 거 없어?”
블레어는 쓰디쓴 예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자신의 귓가에 도베르잔이 속삭이던 말,
“미안하구나, 고통은 없을 거야.”
그리곤 광선검 자루를 겨누어 그대로 심장을 관통하였지! 동물을 연구하는 학자가 마취시킨 동물에게 GPS를 달아 연구 목적으로 쓰듯 내게도 그런 일을 벌였을지 몰라! 아니, 확실해. 어쩌면 그 이상의 일도 꾸미고 있는지도 모르지.
“어쩌지? 내가 맞는 거 같아.”
“상대는 누군데?”
“도베르잔…….”
“또 그……?”
루카치는 분노로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이내 감정을 추스르며 쓰게 웃는다.
“우린 같은 원수를 공유하고 있었군!”
루카치는 노마를 살폈다. 퀸의 자기장을 차단한 노마는 완전히 방전된 기계로봇 같았다. 블레어가 걱정스런 낯빛으로,
“노마는 괜찮을까?”
“알 수 없는 것을 너의 몸에 이식했어. 그리곤 퀸의 자기장 영역까지 교란하며 노마를 조종하고 있었지.”
“조종하고 있었다고? 이 모든 게 노마의 의지가 아니란 말이야?”
“내 말에 무리가 있었다면 미안! 그게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몰라.”
루카치는 잠깐 고민하더니 블레어에게 아바타 캡슐을 가리킨다.
“블레어, 위험요소를 제거할 때까지 넌 캡슐에 들어가 있어.”
“평행우주로의 여행은?”
“당분간 스텔스 기능을 켜둬야겠어. 어차피 놈들이 물러가기 전까지 꼼짝할 수 없으니 잠이나 자 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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