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할아버지의 유품, 앙크
루카치는 블레어가 들고 있는 할아버지의 유품, 앙크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 작은 고대 유물에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블레어와 노마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지만 루카치는 관심 없다는 듯,
“아니, 난 손 떼겠어.”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아무 얘기도 못 들었던 걸로 하지.”
“루카치, 네가 필요해.”
노마가 애원하며 매달리지만 루카치는 심드렁한 표정이다. 블레어가 단호한 목소리로,
“이유를 설명해 봐요.”
“이유가 필요한가?”
블레어는 돌아서려는 루카치의 옷소매를 거칠게 잡아끈다.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이유가?”
“그냥 탐탁지 않아.”
“뭐라고?”
“그리고 청하는 입장에서 당신 태도가 그게 뭐지?”
블레어는 당장 저자세가 되어 공손한 태도로 말한다.
“부탁해요. 우리에겐 평행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우주선이 꼭 필요해요.”
“내 이유는 두 가지야. 하나는 이 작은 고대 유물에 그런 어마무시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리 없어.”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급한 아가씨로군! 그래, 무엇을 믿든 자유니까.”
“허풍이 아니라고요.”
“그게 두 번째 이유야.”
“네?”
“실제로 그런 비밀을 담고 있다고 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 영역 밖의 일인 관계로 손 떼겠어.”
“안 돼요. 이렇게 부탁할게요.”
“막무가내로 일이 되는 게 아니야.”
“네?”
“내키지 않지만 당신이 이유를 대라고 해서 말했어. 그럼 당신도 이유를 대야할 것 아니야?”
“무슨 이유요?”
“영리한 줄 알았더니 세상물정 모르는 아가씨로군!”
“말해 봐요, 내가 어떤 말을 하면 당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이 일을 맡으면 내가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란 건 스스로도 알고 있겠지?”
루카치의 말에 꼼짝 못하고 블레어는 움츠려든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카지노장에서 당신이 말했잖아요, 누군가 날 구해줄 이 하나 없다면 언제든 이 무료한 게임을 끝낼 때라고!”
“뭐?”
예상치 못한 블레어의 말에 루카치는 미간 사이에 깊은 주름을 만들어냈다. 블레어는 씩씩한 목소리로,
“노마와 난 당신을 구하러 왔어요. 당신 스스로가 자초한 일에 끼어들면서까지!”
“내 작은 아바타를 구해주어서 고맙단 말은 이미 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그대들이 나를 구하려했던 행동엔 목적이 있던 거잖아, 그런 의도가 없었다면 날 찾아오기나 했겠어?”
“왔잖아요.”
“응?”
“그래서 왔다고요, 당신이 필요해서!”
루카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건 도대체 무슨 논리지?”
“게오르그 루카치! 당신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 목숨을 걸어야할 만큼 위험한 일이란 건 알아요. 이게 당신에게 무슨 이득이 될지, 솔직히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뭐?”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어요.”
“블레어의 말이 허풍이라면?”
“그럼 우리 모두가 안전해지겠죠.”
집게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긁적이는 루카치를 향해 블레어는 해사한 미소를 띠며,
“지금 이름 불렀죠?”
“응?”
“내 이름 불렀잖아요?”
“그거야……”
“된 거예요, 우린 한 팀이 되어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된 거예요.”
루카치는 어이없단 표정으로 노마를 돌아본다.
“노마,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지?”
노마는 천진난만하게 웃어 제친다. 블레어는 확답을 얻으려는 듯 루카치의 손을 맞잡으며,
“어때요, 우리 한 팀이 된 거죠?”
“나의 답은 항상 같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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