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
아바타 온(Avatar-on)
“블레어, 어때?”
“재미있는데?”
블레어는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마의 말소리에 그렇게 답했다. 블레어는 주니토니 3호기에 아바타-온 되어 조종 중이다. 손가락을 쥐락펴락하며 다리를 움직이는 느낌이 신기할 따름이다.
인이어 폰을 통해 루카치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바타가 처음이야? 지금 재미를 따질 때가 아니야.”
“루카치, 적응할 시간을 조금 준다고 해도 나쁠 건 없잖아?”
블레어는 루카치에 맞서 목소리를 높였다. 무덤덤한 루카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코앞에 미니멀라이저 보이나?”
“미니멀라이저(Minimal-Riser)? 노란색 단추 같은 거?”
“그래, 그걸 붙이면 어떤 물체든 단추 크기로 축소시킬 수 있어.”
“오~ 이런 신기한 물건이 있었단 말이야?”
블레어는 미니멀라이저를 손에 들고 살펴보았다. 루카치가 무미건조하게 지시하는 목소리로,
“눈앞에 상자에 미니멀라이저를 붙여봐.”
“알았어.”
“알아들었으면 ‘라저(ROGER)’라고 해줘.”
“라저!”
블레어는 미니멀라이저를 상자에 붙였다. 커다란 상자의 크기가 점차 줄어든다. 웬일로 자상한 목소리로 루카치가 말한다.
“축소시킬 땐 시간이 필요해. 크기가 클수록 시간이 많이 걸리지.”
“이걸로 MK-16 엔진을 축소시키란 말이군.”
“그래, 찾아봐서 에테르 연료도 빼올 수 있으면 빼오고!”
“라저! 근데 아바타가 된 느낌이 신기하군. 로봇을 조종할 때와는 전혀 달라.”
“옵션을 조절할 수 있어. 몰입도가 너무 높이 설정된 것 같은데 60%정도로 줄여.”
“옵션은 어떻게 조절하는데?”
“아바타 오프를 눌러. 그리고 현실에 자신의 몸에 집중해.”
“그……그게……”
“아바타 오프(Avatar-off)!”
“어디 있는데?”
“해치에 비친 창을 보면 여러 가지 옵션이 보일 거야.”
블레어는 아바타-오프 기능을 찾아내는 것만 해도 어지러움을 느꼈다. 가까스로 해치 창에 비친 아바타 오프 기능을 작동시키면 현실 속, 아바타 캡슐에 들어가 있는 자기 몸이 느껴진다.
‘……’
아바타 캡슐 안은 침대처럼 아늑했다. 신선한 공기가 몸을 감싸며 더없이 안락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해치에 비친 계기판을 통해 아바타의 상태와 옵션,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니토니 No.3 아바타, 체력과 특수 기능을 점검한다.
루카치의 말대로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는 90%의 몰입도를 60%로 낮추었다. 옵션 중에 눈길을 끄는 게 있다.
“루카치, 아바타와 경험을 공유하는 옵션은 뭐야?”
“그건 끄는 게 좋아. 경험치를 공유한 아바타는 의식을 타고나.”
“아바타가 영혼을 갖게 된다는 말이야?”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다만 도구는 도구로 쓰임 받을 때 가치를 다하는 거야. 그대로 꺼져 있는 상태로 두는 게 좋아.”
블레어는 잠시 생각했다. 루카치는 아바타와 경험을 공유하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언뜻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 처음 경험해본 아바타, 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면 친구 하나를 새로 얻는 게 아닐까! 블레어는 망설임 없이 아바타와의 경험 공유를 켜짐 상태로 설정해놓았다.
“완료했어. 다시 아바타에 접속하려면 어떻게 해?”
“TV를 본다고 생각해.”
“TV?”
몰입도를 조금 낮추어 조절했을 뿐인데 아바타의 몸의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은 성가신 루카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든 켜져 있는 TV화면을 들여다보면 돼.”
‘무슨 소리야? 도대체……’
그래, 루카치의 말대로 TV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자, 혹은 자동차 운전 중에 창을 통해 잠시 바깥 풍경을 들여다보았다고 생각해. 이제 운전대를 잡을 때야!
블레어는 숨을 들이쉬며 주니토니 No.3 아바타에 집중했다. 마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듯 의식이 아바타의 신체가 느껴진다. 다만 몰입도를 60%로 낮추어서 그런지 몸이 둔감하고 처음에 생생했던 느낌도 많이 사라졌다.
“60%는 너무 낮아. 감흥이 덜해!”
“재미 따질 때가 아니야. 지금 네가 조종하고 있는 아바타 희생할 각오로 해야 해. 그만큼 위험천만한 일이야.”
“뭐? 근데 이 느낌은 뭐지?”
블레어는 드론에 매달려 이송 중인 걸 느꼈다. 마치 헬리콥터의 꼬리 날개에 머리칼이 휘날리는 느낌이다.
“루카치, 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디긴, 실전이지.”
“뭐? 바로 실전 투입이라고?”
“드론을 타고 베사스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어.”
“말도 안 돼! 초보 운전자에게 레이싱을 하라니?”
“MK-16엔진과 에테르 연료를 빼와. 위험할 것 같으면 언제든 본래 몸으로 돌아오고!”
냉정하게 자기 할 말만 하는 루카치에게 블레어는 언성을 높인다.
“루카치, 정말 이럴 거야?”
“우주 정거장은 기다려주는 법이 없어. 망설이는 사이 우주선은 떠나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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