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9
여전히 기울어져 있는 모나리자
블레어는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블레어, 불편한 건 없어?”
“아니, 침대로 삼아도 좋을 만큼 안락해.”
블레어는 그렇게 대꾸하며 주니토니 No.3에 아바타 온(Avatar-on)하기 위해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에 루카치가 했던 말과 지금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살가운 정도를 넘어 이제 제법 동료애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노마의 일은 여전히 미궁이다. 혹시라도 놈들이 노마의 의식을 지배해왔던 건 아닐까?
‘아니, 아닐 거야!’
블레어는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기라도 할 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최면을 유도하는 듯한 저주파 소리가 들리고, 블레어는 의식이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꿈속에 노마와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내가 이런 모습이라고 만만하게 보여?”
물리 홀로그램을 이용해서 처음 눈앞에 선 노마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베게 같은 자그마한 체격, 귀여운 겉모양은 갖고 싶은 인형을 떠올리게 했다.
“전사가 되고 싶다고 했나?”
노마는 순전히 의식 데이터로 블레어의 몸에 광전사의 DNA를 심어주었다. 여간내기가 아니란 것은 알았지만 노마는 마치 전지전능한 신과 같았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듯이 습득한 이론을 몸에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많은 연습과 고통이 뒤따랐다.
“무엇이든 쉽게 되는 건 없어. 몸이 기억하고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훈련을 쌓아야 하는 거야.”
때로 노마는 엄격한 스승 같았고 다정한 친구가 되었으며, 또 가끔은 품안에 든 귀여운 인형 같았다.
“노마, 내가 보기에 넌 대단한 인물 같아.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때가 되면 다 알게 돼.”
노마는 마치 자신에게 되뇌듯 그 말을 입 밖으로 냈다.
“어렴풋이 보일 때가 가장 소중한 시절이야, 막상 모든 걸 알게 되면 흥미가 떨어져.”
그 말을 할 때면 노마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람(안드로이드) 같았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도 잠시, 노마는 시시때때로 여우에 쫓기는 토끼처럼 겁에 질려 블레어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여왕이 나를 쫓고 있어.”
그 말을 남기고 노마는 홀연히 사라졌다. 많은 에너지를 모아 어렵게 구축한 물질 홀로그램인데 그리도 쉽게 포기하는 노마의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의 공포어린 표정이란……, 그런데 이 모든 일의 배후에 패러독스의 퀸과 도베르잔이 연관되어 있었다니!
“도베르잔, 절대 용서 못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칠 때에 루카치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블레어, 찾았어!”
“정말?”
“응, 너의 몸을 스캔한 결과, 심장에 이중교란(multi-polize)가 있어.”
“심장에? 그 말은 노마와 나, 둘 모두에게 족쇄가 물려있다는 말이야?”
“응, 덫 하나를 놓아서 토끼 둘을 잡은 격이지.”
“지금 그런 말이 나와?”
“피해자로서 안타깝겠지만 같은 사냥꾼 입장에선 아주 영리한! -경탄해마지 않는 솜씨라 할 수 있지.”
“헛소리 그만 하고, 제거할 수 있겠어?”
“어렵겠는데, 네 심장은 노마가 이식된 곳이기도 하잖아.”
“그래서?”
“만약 제거하려들면 한쪽은 끝나!”
“어떻게 해보지도 않고 확신하지?”
“목숨이 걸린 문제는 쉽사리 달려드는 게 아니야.”
“그럼 평생 족쇄를 달고 살라고?”
“한 가지 방법이 있어.”
블레어는 망설이지 않고 대꾸한다.
“뭐해? 빨리 그걸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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