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0
여전히 기울어져 있는 모나리자 2
루카치는 캡슐 안에 블레어와 대화하다가 모나리자 그림이 삐뚤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 같은 열정과 강한 실행력, 과감하다 못해 때때로 성급하기까지 보이는 블레어를 말리고 싶은 것도 잠시, 한번쯤은 그녀가 말한 그대로 해보고 싶은 경우도 있다.
“블레어, 우리의 모나리자가 비뚤어져 있거든, 우선 그림부터 똑바로 바로잡아야겠어.”
“뭐……뭐하자는 거야? 지금!”
“적극적인 건 좋은데……, 전략 없는 싸움은 패배로 이어질 뿐이야.”
“아니, 비뚤어진 그림이야 언제든 바로잡을 수 있고, 지금은 대화중이잖아.”
“날 믿어, 성찰 없는 관조는 겉멋 든 감상에 불과해.”
“자꾸 웬 딴소리야?”
“딴소리는 네가 하는 거 같은데!”
“뭐? 기가 막혀서!”
“눈을 떠봐! 네가 보여?”
“나……나는 지금……?”
“넌 지금 의식을 잃고 꿈을 꾸고 있어. 나와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란 말이지.”
“뭐……뭐야, 그럼 지금 나는…… 누구와 대화하는 거야?”
“블레어, 네 이름을 말해봐.”
“블……레……어!”
“퀸 마리와 도베르잔, 네 이름을 말해봐.”
“퀸 마리, 도베르잔……”
“너의 이름을 말하라니까!”
“모르겠어, 내가 누군지……, 내 안에 블레어가 있고, 퀸 마리와 도베르잔도 있어.”
“노마가 너에게 의식 데이터로 광전사의 DNA를 심어주었을 때부터 오염되었어. 그들의 의식이 너의 일부를 지배하고 있지.”
블레어는 의식의 끝자락에서 깊은 탄식이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 그럼 나는 누구야?”
“누구긴! 처음 네 이름을 말하였을 때를 떠올려봐.”
“오, 나는 블……레……어!”
블레어는 자신의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루카치가 목소리에 힘주어 말한다.
“언뜻 심각한 거 같지만 극복할 수 있어. 우린 모두 주변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가족, 친구, 심지어 나를 욕하는 사람들까지, 선망하거나 혐오했던 것들 모두 내게 영향을 주고, 닮고 싶지 않아도 그들의 모습이 내게 투영되어 거울에 비친 빛처럼, 혹은 어둠과 같이 나타나지.”
“루카치, 오염된 나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줘.”
“아니, 오염이라 생각하지 마! 비록 광전사의 DNA에 도베르잔의 바이러스가 있었고, 지금도 그것에 물들어 있다 해도 네 모습 그대로가 바로 너야.”
“아, 나는 도대체 누구야……?”
“블레어, 눈을 뜨고 나 자신을 봐! 의식의 겉 표면에 떠도는 오염된 자아의 망상을 걷어내고 본연의 자아를 회복해. 그 모습은 절대 순수하지 않아. 아이가 걷고 뛰며 세파에 넘어지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생겼다 해도, 그 모습 그대로가 아이의 삶인 거야.”
“나는 블……레……어”
“그래, 그게 너야.”
“나는 블……레어”
“그게 네 모습인 거야.”
블레어는 눈을 떴다. 루카치가 말한 이중교란 (multi-polize)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를 독점하고자 하는 자의 의지이다. 그 의지란 습관이란 관성,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타성, 그리고 나 자신의 목소리를 무시하려는 냉대와 무관심이다.
블레어는 그 모든 걸 이겨내고 스스로의 이름을 발견하였다.
“나는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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