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2
모나리자 결사대
루카치는 모나리자 그림을 감상하며 연신 고개를 까닥인다.
“이야, 그림 하나가 뭐라고? 우리들의 가치가 우주에서 최고가 된 거 같아!”
노마는 월드컵 트로피를 부둥켜 앉으며,
“난 언제나 이걸 끌어안고 잘 거야.”
“그거 순금 덩어리라서 무게가 꽤 나가던데…….”
“깃털보다 가볍고 솜털보다 부드러운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블레어는 벤츠 운전석에 앉아본다. 아늑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차 지붕이 오픈되며 시야가 트인다.
“일은 언제 할 거야?”
전리품에 취해 마냥 널브러진 둘의 모습이 반갑지만은 않다.
“잠깐이나마 승리의 기쁨을 느껴보자고!”
노마도 덩달아 한 목소리 내길,
“우승 퍼레이드를 벌써 끝내면 아쉽지.”
“일은 내가 했단 말이야. 고생한 아바타도 저렇게 방치해놓고는……”
“아바타는 아프지 않아! 천천히 해도 돼.”
멋쩍은 블레어는 벤츠 차량의 캐비넛을 열어본다. 두툼한 책 한권이 안쪽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다. 책을 꺼내들어 책장을 펼치니 아기문어 같이 생긴 그림이 보인다.
‘이건 뭐지?’
언뜻 자기공명 홀로그램 같은데 그림의 외곽에 빛의 테두리가 생겨나며 마치 나를 만져달라는 듯 반짝였다.
블레어는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매만졌다. 곧바로 책장에 있던 그림이 풀려나 공중에서 나비처럼 나풀거린다.
“주인님, 명령하시겠습니까?”
“가……갑자기 넌 뭐야? 드론이야?”
“드론이긴 한데 드론만은 아니게.”
“아니게? 뭔 말투가 그래?”
“아니게, 저의 이름으로 부여하시겠습니까?”
“잠깐만……”
블레어는 드론의 제안에 잠깐 생각해보았다. 당돌한 태도가 기묘하긴 해도 이름치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좋아, 아니게! 내 아바타 주니토니를 고쳐줄 수 있겠니?”
“죄송합니다. 제게는 그런 능력이 없게.”
“없게? 말 참 재미있게 하는구나. 그럼 주니토니를 내 옆자리로 옮겨줘.”
“그런 손쉽고 단순한 일은 언제든 환영할게.”
아기문어처럼 생긴 드론은 꼼지락거리며 날아가 주니토니 No.3를 힘에 겨운 듯 운반해온다. 잔망스런 아니게의 행동거지에 노마가 당장에 흥미를 갖고 모여든다.
“이건 또 뭐야?”
“내가 발견했지.”
“드론치곤 엄청 귀여운데?”
루카치가 뒤에 지켜서 있다가 흉악한 목소리로,
“이거 나한테 10루피에 팔래?”
“아니게, 루카치를 꿀밤 한 대 때릴 수 있겠니?”
아기문어 아니게는 주둥이를 삐죽거렸다. 주전자 뚜껑 손잡이처럼 생긴 아니게의 주둥이는 조그맣게 튀어나와 금세 자취를 감춘다.
“인간을 해하는 명령은 따를 수 없게.”
“루카치는 인간이 아니야.”
“그 말이 정말이면 주인님은 믿을 수 없게?”
루카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헛, 이 조그만 게 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네.”
“조그만 게 아니라 아니게!”
얄밉도록 맹랑한 아니게의 말에 루카치는 혀를 차며,
“고것 참! 1,000루피면 팔겠니?”
“아니게한테서 눈 떼셔!”
블레어는 벤츠의 차 지붕을 닫으며 아니게를 독점한다. 루카치를 대할 때와는 다른 살가운 목소리로,
“아니게, 손쉽고 간단한 일 또 뭘 할 수 있니?”
아니게는 어깨에 내려앉아 문어빨판을 꼼지락거리며 마사지한다. 야무진 솜씨에 뭉친 어깨근육이 풀리며 더없이 시원하다. 차창 밖에서 칭얼대는 아이처럼 루카치가 소리친다.
“블레어, 벤츠는 나에게 주는 선물 아니었어?”
“아닌데……?”
“금세 말 바꾸긴! 벤츠와 아니게 둘 중 하나는 나한테 넘겨.”
블레어는 차 지붕을 열어 얼굴을 내비친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야. 기계라도 동등하며 우린 모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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