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평행우주선 엔터-프라이저
블레어와 루카치는 카드 게임을 하고 있다. 비물질 홀로그램 상태인 노마가 블레어의 귓가에서 나풀거리며 훈수 두듯 말한다.
“블레어, 내가 너에게 심장이 되어주었다면 루카치는 두뇌가 되어줄 거야.”
“그 두뇌가 사기를 치려하고 있단 말이지.”
블레어는 카드 하나를 꼼치고 있는 루카치의 손을 비튼다. 루카치는 앓는 소리를 하며,
“윽, 눈이 빠르군!”
“눈만 빠른 줄 알아?”
어느새 블레어의 주먹이 루카치의 턱 밑에 도사리고 있다. 루카치는 목을 주억거리며,
“알았어, 이제부터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지.”
블레어는 완성한 카드 패를 바닥에 내던지듯 하며 푸념 섞인 목소리로,
“왜 이런 의미 없는 카드 게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네 최대 단점이 뭔지 알아?”
“벌써부터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우리가 서로에 대해 잘 아는지 모르겠는데?”
“원 카드!”
루카치는 대뜸 카드패를 모두 완성하여 바닥에 내려놓는다. 블레어가 내놓은 카드 하나가 결정적인 패착이 되어 루카치의 카드를 모두 완성하는데 쓰였다.
“블레어, 넌 너무 성급해. 사소한 실수 하나가 일을 그르치지.”
“흥!”
블레어의 콧평수가 넓어지며 약이 바짝 오른 표정이다. 루카치는 카드를 현란한 솜씨로 섞으며,
“어느 순간에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 성급하게 일을 하는 것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있는 편이 오히려 나아.”
루카치가 나누어주는 카드를 받아들며 블레어는 쏘는 목소리로,
“그래서 한가롭게 카드놀이나 하자고요?”
“평행우주에 대해서 알고는 있나?”
“으……음, 그건……”
“가고자하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지도 못하고 어떻게 가려하지?”
“말해 봐요, 그곳이 어떤 곳인지?”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 시간을 느낄 수 있나?”
“음……, 아니요.”
“우린 공간을 인지하며 공간 속에 사물을 만지거나 느낄 수 있지. 공간이 물질세계라면 시간은 비물질 세계라 할 수 있을까?”
“음……, 그렇지요.”
“감각되어질 수 있는 공간은 1의 세계야. 비물질 세계 시간은 0의 세계라 할 수 있지. 우리가 있는 시공간은 0과 1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0과 1의 세계 중에 나는 어느 곳에 존재하고 있지?”
“1의 세계, 공간에 있죠.”
“여전히 성급하군, 원 카드!”
금세 카드를 완성하며 루카치가 쾌재를 부른다. 워낙 압도적으로 졌기에 어이 상실한 블레어, 혹시나 사기 카드를 쳤는지 루카치의 옷소매를 들추지만 아무것도 없다.
루키치는 쓰게 웃으며,
“워워, 정정당당하게 승부한다니까!”
“정말 당신한테 그런 면이 있을까요?”
“그건 맞아. 죽고 사는 전쟁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해.”
자기가 한 말에 스스로 답을 찾았는지 루카치는 유레카를 깨달은 아르키메데스처럼,
“그렇군!”
“네?”
“그거였어.”
“뭐……뭐가요?”
“거기 있었어.”
루카치는 신들린 사람처럼 작업대 구석을 뒤적인다. 수많은 우주선의 설계도면들이 홀로그램 영상으로 떠올라 루카치의 눈앞을 스친다. 루카치는 그중 하나를 집어 들며,
“이거야!”
평행우주 여행선 엔터-프라이저호, 기하학적인 설계도면 아래에 엔진에 대한 설명과 에테르 연료가 쓰인다는 각주가 달려있고, 빨간색 표시등으로 엔진과 연료 부위가 경고하듯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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