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4
벤츠에 앉아 커피 마시며
벤츠에 앉아 커피 마시며 블레어는 여가를 즐기고 있다.
“아니게, 비스킷 좀 가져다주겠니?”
“네, 주인님!”
아기문어 아니게는 수많은 빨판으로 발걸음 옮기며 허공을 떠다녔다. 블레어는 아니게가 소담하게 차려온 비스킷을 한 입 먹었다. 아삭하고 씹히는 맛이 기분 좋다.
‘쾅쾅쾅’
다만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성가시다. 블레어는 아래층으로 향하는 나선형 계단 중간쯤에 서서 루카치를 보았다. 우주선 개조한다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루카치가 눈에 들어왔다.
‘윙윙-’
그런데 정작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작업대 한쪽 구석에서 노마가 작디작은 손으로 무언가 열심히 만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노마?”
“…….”
대답이 없기에 블레어는 노마 뒤로 다가가서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지켜보았다.
“노마!”
몰래 못된 짓을 꾸미는 아이처럼 노마는 깜짝 놀랐다.
“응, 왜?”
“지금 하는 게 뭐야?”
“내 몸에 패러독스의 퀸의 자기장이 흐르는 거 알고 있지?”
“응, 그 때문에 시시때때로 내 몸의 파장을 입는 거 아니야? 놈들에게 추적당하는 걸 피하기 위해…….”
“맞아, 근데 이제 독립하려고!”
“뭐? 내 심장에서 뛰쳐나가겠다는 거야?”
“블레어, 우린 오래도록 공생 관계였어. 내가 너의 심장이 되어준 대신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지.”
“나도 네 덕에 살 수 있던 거야. 그 뿐인가……?”
“말 안 해도 알아, 우리가 헤쳐 온 고난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할 때가 많아. 모든 난관을 통과해온 네가 대견할 뿐이야.”
“우린 함께 할 때 강할 수 있어.”
“아니, 넌 이미 충분히 강해. 지금은 내가 짐이 될 뿐이야.”
“무슨 소리야? 네가 하이퍼 엑셀을 밟아주지 않으면 난 제대로 된 힘을 쓰기 어려워.”
“그 힘은 네 것이 되었어. 굳이 외부에 기대지 않아도 이미 모든 힘이 네 안에 내재해.”
“노마…….”
“퀸의 자기장만 벗으면 돼. 나도 자유를 찾아야 할 것 아니냐?”
블레어는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노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노마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언뜻 미니멀라이저처럼 생긴 것이 노마의 손에 들려있다.
“이게 그거야? 퀸의 자기장을 없앨 수 있는 거?”
“응, 루카치가 알려줬어. 다만 가끔 충전을 해주어야 한데!”
“번거롭겠다. 충전까지 하려면…….”
“평생의 족쇄였는데, 풀려나게 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지.”
“그런데 루카치는 이런 걸 다 어떻게 안데?”
“그는 한때 천재 과학자였어. 5차원 과학을 기반으로 한 엔지니어링 기술에선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지.”
“루카치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었어?”
“패러독스의 퀸이 루카치를 꼭 수하로 두고 싶어 할 정도였으니까.”
“그래? 루카치는 퀸의 마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데?”
아래층에서 작업 중이던 루카치가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한 목소리 보탠다.
“어이, 지금 시답잖은 옛날 얘기 나누는 거라면 이리 와서 날 거드는 게 어때?”
노마가 다부지게 대꾸한다.
“난 바빠, 이거 못 만들어서 내 위치가 탄로 나면 너희들한테도 좋을 게 없을 거야.”
루카치는 성마른 소리로 소리친다.
“블레어, 괜한 과거 들쑤시며 돌아다니지 말고 이리 와서 도와줘.”
블레어도 지지 않겠단 목소리로,
“보조 로봇 쓰면 될 거 아니야?”
“보조 로봇들이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지. 어서 와, 우주선 건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야.”
“그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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