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5
MK-16엔진 장착
나선형 계단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루카치가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지켜서 있다.
“한때 천재 과학자님,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처음엔 나이 든 아저씨처럼 느껴져 어려웠지만 지금은 마치 오랜 또래친구처럼 스스럼없다. 루카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아니면 블레어가 살갑게 농담 걸어온 게 반가운지 입가에 실웃음을 지었다.
“자, 이제 미니멀라이저를 풀어서 MK-16엔진을 이 자리에 넣을 거야. 제 위치에 잘 들어가는지 멀리서 봐 줘.”
“라저!”
블레어는 MK-16엔진이 장착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루카치 주변으로 조그만 벌새처럼 생긴 보조 로봇 드론들이 따라다니며 일손을 거드는 장면이 참으로 인상적이란 생각이 든다.
“뭐해?”
감상을 깰 것처럼 루카치가 냉정한 목소리로 묻는다.
“제대로 맞는지 보고 있어?”
“아……아니, 좀 더 좌측으로!”
“이만큼?”
“아니, 너무 갔어.”
“이거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말짱 헛수고 되는 거야.”
“그래? 조금만 오른쪽으로…… 잠깐만!”
블레어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떨까 싶어 MK-16엔진의 둥근 원형을 따라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살폈다. 집중하느라 루카치의 등에 어깨가 스치는데도 알지 못했다. 루카치와 멀리 떨어져 다시 한번 확인하며,
“응, 좋아. 그대로!”
“그럼 이대로 장착한다.”
“라저!”
MK-16엔진의 분화구에 각각의 노즐이 맞추어지고 이제야 어엿한 엔진이 된 것 같다. 그 모양을 곰곰이 보던 블레어는 대뜸 놀라서……
“근데 뭐야?”
“뭘?”
“왜 여기에다 MK엔진을 맞춘 거야? 여긴 지하벙커 속 아니야?”
“몰랐구나?”
“뭘?”
“이 지하벙커 자체가 우주선이야.”
“뭐라고?”
루카치는 대뜸 위층 노마를 향해 고함친다.
“노마!”
“응?”
마치 굴속에서 토끼가 고개를 빠꿈이 내미는 것처럼 노마가 고개를 들이밀고 대꾸했다.
“준비됐어?”
“라저!”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며 블레어가 소리친다.
“잠깐만! 지금 뭐하려고?”
“필요한 것을 갖추었으면 이제 부딪쳐봐야 하지 않겠어?”
“뭐하자는 거지? 혹시 지금 우주선을 가동하려고?”
“응!”
“잠깐만, 준비도 안됐는데 이렇게 무모하게 굴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곧 베가스 쪽 놈들이 우리를 추적해올 거야.”
“그래서 증거 없애려 그 일대를 다 날려버렸잖아?”
“블레어, 우린 벌집보다 더한 것을 건드렸어. 날 믿어. 이때를 놓치면 영영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몰라.”
“아……아니, 그래도 갑자기 이……이렇게?”
월드컵 트로피를 받아들고 모나리자 그림을 감상하며 그렇게 태연하게 행동하더니 이다지도 갑작스런 전개라니……, 루카치는 상관없다는 듯 노마에게 소리친다.
“노마, 이제 카운트다운 할 건데 퀸의 자기장 극복했어?”
“지금 막 완성했어.”
“좋아. 카운트다운 시작! 5, 4, 3……”
블레어는 눈동자가 동그랗게 되어 묻는다.
“잠깐만! 왜 텐(10)도 아니고 파이브부터 시작하는 건데?”
블레어의 말소리에 개의치 않고 루카치가 소리쳤다.
“제로, 파이어!”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진동과 함께 사방에서 굉음이 일어나며 지하벙커가, 아니 급 개조한 우주선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왜 항상 이 모양이지? 왜 이리 성급해?”
“한 평생 도망자 신분으로 살았어. 준비가 되면 주저 없이 떠나야 하는 거야.”
블레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우는 아이처럼 소리쳤다.
“안……안전벨트 맬 시간이라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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