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우주선 조종사, 루카치
“왜 그러고 있지?”
주니토니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기다란 귀를 쫑긋거리는 모습이 장난스럽게 느껴진다. 블레어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주니토니를 쳐다보았다.
“난 알고 있어. 당신이 이렇게 무모한 이유!”
주니토니는 가볍게 방소하며 비행선을 제멋대로 조작한다. 블레어가 쏘아붙이듯,
“잠깐, 뭐하는 거야?”
“이 비행선이 내 애마인 건 알아?”
“뭐?”
“첫 비행선이었어, 노마가 멋대로 가져갔지.”
“어디 가는 거야?”
“블레어라고 했나? 내 본 모습을 보여주어야 당신도 비밀을 털어놓을 거 같아서…….”
비행선은 환락과 도박의 행성, 레드마치 베사스의 찬란한 야경을 가로질러 날아간다. 이들은 곧 주니토니의 아지트에 도착한다. 승하차 통로를 벗어나자 돔 형태의 근사한 연구실이 드러났다.
가지각색의 근사한 조각품과 여러 기계장치들이 눈길을 끈다. 연구실 내부를 넋 잃고 바라보고 있을 때에 뒤에 있던 주니토니가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
블레어가 당혹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 정체불명의 사내가 주니토니를 닮은 몇몇 장난감들을 들고 눈앞에서 다가온다. 블레어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당신은 누구지?”
“이 토끼들의 주인이지.”
어느새 작은 장난감처럼 줄어든 주니토니를 집어 들며 그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내 작은 아바타를 구해줘서 고맙군, 나는 ‘루카치’라고 해.”
“인간인가?”
“뭐? 하하핫!”
그는 사뭇 음산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기계 장치가 곳곳에 이식 된 그의 몸은 언뜻 사이보그라 해도 무방할 성싶다.
“100%인간이라 할 수 없지만 그 질문엔 인간이 맞다고 답할 수 있겠군.”
“인간이라면 성이 있을 거 아니야?”
“난 당신의 패밀리 이름 따위 관심 없는데……, 그나저나 그대의 심장도 노마에 의해 이식되었으니 100%인간이라 자신할 순 없을 텐데?”
때마침 충전 완료된 노마가 둥지(블레어의 심장)에서 깨어 기지개를 켠다.
“안녕, 나의 오랜 친구?”
“친구라? 원수가 아니고?”
홀로그램 영상으로 떠오른 노마는 배시시 웃으며,
“분명 나쁜 일도 있었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았잖아?”
“백번 천사처럼 행동해도 한번 악마짓을 하면 그 놈은 악마인 거야.”
“흐흐, 지난일은 잊고 남아있는 앙금은 씻어내길 바라. 나도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거든.”
“어쩔 수 없었단 거지? 그렇지만 이거 어떡할까! 나도 네 녀석에 대한 적개심을 어쩔 수 없는데?”
루카치는 주먹을 한방 먹일 듯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블레어가 용감하게 나서며,
“잠깐, 노마는 내 몸의 일부야. 그를 해하려 하는 행동은 내가 참을 수 없어.”
루카치는 결의에 찬 블레어의 검붉은 아몬드빛 눈동자를 한동안 응시하다가,
“그래, 그만하지. 나도 과거에 묶이는 건 질색이니까!”
체념한 루카치를 향해 노마는 뜬금없이,
“게오르그!”
“뭐?”
“루카치의 패밀리 이름이야.”
“뭐야? 쓸데없이…….”
루카치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약점 하나를 잡아낸 것처럼 블레어는 날렵한 목소리로,
“게오르그 씨, 미래를 위해 당신이 해주어야 할 일이 있어.”
“뭐지? 빚쟁이를 발견한 듯한 그 눈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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