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6
퀸 마리의 하수인
도베르잔이 물러나고 퀸 마리는 그녀가 자신을 부르던 건방지던 순간을 되새겼다.
“마리!”
나를 그렇게 부를 수 있던 인물은 한 사람뿐이다. 최초의 분신이며 첫 번째 자기 자신이라 할 수 있는…… 노마! 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또 다른 자아, 노마!
‘노마, 네가 살아있다는 게 정말이야?’
노마를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릴 때는 번민이 많았다. 도베르잔의 편에 선 세력들이 노마의 실족을 간절히 원했고, 노마의 존재는 제국에 있어 갈등과 분리의 씨앗이 될 게 분명해보였다. 마치 왕위 계승을 바라는 차상위 후계자처럼 도베르잔은 노마를 눈엣가시로 생각했다.
‘그런 노마가 살아있다니……’
영악한 도베르잔이 어느 순간 요긴하게 꺼내 쓸 카드로 죽이는 척 살려둔 것이 확실하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나며 시종이 손님이 찾아왔다는 걸 알렸다.
“베가스입니다.”
“어서 들라 해.”
베가스는 어수선한 차림새로 무릎을 꿇었다.
“패러독스의 여왕, 퀸 마리를 뵈옵니다.”
“레드마치로 물든 아름다운 나의 도시가 한줌의 재처럼 날아가 버렸다지?”
“송구합니다. 기필코 놈들을 찾아내어 지옥의 불기둥 맛을 보여주겠습니다.”
“너에게 다른 임무를 내리겠다.”
“하지만……”
“나의 뜻에 반하겠다는 것인가?”
“아닙니다. 감히……, 다만 저의 잘못을 씻어내고 싶습니다.”
“책임을 묻지 않겠다.”
“그래도……”
퀸 마리를 눈을 번뜩였다. 왜 한번 말하면 들으려하지 않지? 그동안 너무 무르게 행동해서일까! 제국의 안녕과 평화에 물들어 모두가 태평해진 것일까?
“네놈이 정녕……”
퀸 마리는 차마 말을 맺지 못했다. 험악한 말은 험악한 분위기를 불러올 뿐이다. 나의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무엇을 느끼고 그를 사로잡은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분노는 접어두어라, 놈들을 찾아내어 대가를 치르게 한다 해도 너의 도시가 살아나는 건 아니다.”
“알……알겠습니다.”
베가스는 순간 여왕의 눈에서 살기를 느꼈다. 예전 모습, 섬뜩했던 퀸 마리의 살기와 독한 기운 그대로다. 그러나 이내 평온을 되찾고 잠잠해지는 여왕의 모습에서 경험과 연륜이 느껴졌다.
“제게 내리실 임무가 무엇입니까?”
“도베르잔을 뒤쫓아! 그래서 내게 알려. 사소한 거 하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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